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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09. 2024

115. 불신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

드라마나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고 사랑하는 이들이 언제 죽거나 사라질지 몰라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요소들이 현실에도 반영된다. 누군가 호의로 다가와도 그것을 의심한다. '순수한 호의일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뭔가 목적이 있을 거야' 


나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었다. 믿다가 뒤통수 맞더라도 끝까지 믿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불신이 맘속 한구석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날아오는 문자피싱 때문에 링크만 보면 믿지 못하게 되었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세상엔 점점 자극적인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작가들이 말했다. 자극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선의를 행한 기사가 많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건 사고 기사가 많은 거다. 그렇게 점점 주변엔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고 불신은 불안으로 바뀌어간다. 


불안이 넘치는 세상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런 증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을 헤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만든다.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픈데도 여전히 미디어와 사회는 자극적인 요소들을 계속 뿜어내고 있다.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 따위는 없다. 그저 돈을 벌면 그만이다.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극적인 요소를 내보낸다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다." 정말 그들에겐 그 어떤 책임도 없는 걸까? 


그들은 돈을 번다. 돈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기업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환경 친화적인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다. 미디어도 이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자극적인 요소를 줄이거나 그게 안된다면 선한 것들의 영향을 늘려야 한다. 세상이 아프면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봐서 안된다. 사회적인 문제로 보아야 하고 노출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미디어뿐만 아니다. 우리도 각성해야 한다. 신뢰를 형성해야 하고 믿음에 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가 불안한 것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면 결국 그 피해는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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