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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08. 2024

114. 빨리빨리 세상 속 느림의 미학

'윤식당, 서진이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다른 나라에서 식당을 일주일 정도 운영한다. 불고기, 비빔밥, 떡갈비 등 정통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선보이고 그들의 반응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스페인, 아이슬란드 등 유럽 편을 볼 때 손님들의 모습에서 부러운 것을 느꼈다.


부부, 연인, 아이와 함께 온 이들 모두 음식을 기다리거나 먹을 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음식이 늦게 나와도 기다리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 시간을 대화로 채우며 즐거워했다. 그들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음식을 10분 이상 기다리면 이상하게 조급해지고 심지어 화가 올라온다. 음식이 나오면 뭐가 그리 급한지 먹기 바쁘다. 얼마나 성격이 급하면 뜨거운 커피를 한 번에 다 마시는 사람도 있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앞차가 조금만 느리게 가면 바로 클락션을 누르거나 욕설을 내뱉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여유 없는 삶을 사는 걸까? 과거 짧은 시간 안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빠름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린 여전히 '빨리빨리'를 외친다. 빠름을 좇는 것은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쉬는 것조차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뭐가 보이는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이 평소에도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가? 처음 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우린 이처럼 내 주변에 있는 것들조차도 많이 놓치고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내가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음에도 말이다.


느림의 미학이란 말이 있듯 천천히 둘러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고 했다. 내 마음이 힘든 것도 어쩌면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빠름이 아닌 느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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