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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인간중심 사상은 위험하다

by 오박사

절실한 신자가 신을 만났는데 그 신이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계속 신을 믿을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사람은 신조차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드라마, 영화, 책에서도 대부분 신은 사람의 형상으로 등장한다.


그런 걸까? 우리는 인간 중심의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식물, 돌, 흙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쓸모, 무쓸모로 나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어쩌면 인간이야말로 지구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일 수도 있다. 따뜻하게 품어줬는데 오히려 상처를 입히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무생물, 생물, 이름 없는 채 존재하는 것들에 이름을 붙여 분류하는 것도 인간만이 하는 행동일 것이다.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인간 중심 사상은 다른 종들을 인간을 위해 유해하거나 무해한 것으로 분류하여 헤치거나 방치한다. '혹성탈출'이란 영화는 그런 인간중심 사상을 경고하고 있다.


인간중심 사상은 비단 동물과 무생물에게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된다. 특정 그룹이나 계층의 이익을 우선하게 되고 부유한 사람들이 자원을 독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당장 내 이익을 생각하여 자원을 낭비하고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자녀들이 입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함께 살아가는 종들 중 생각하고 도구와 언어를 쓰고 문자를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100년이 채 되지 않는 삶을 살고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 생명에 대한 경외와 겸손의 미덕이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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