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시작하든 '내가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으면 신기하게도 내면의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이것을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갈림길에서도 한결 명확하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반면, 책임을 회피하고 미루는 데 급급한 사람들은 언제나 명확한 답을 피합니다. 분명 본인이 저지른 실수임에도, 아직 아무도 모르는 눈치면 슬그머니 입을 다물고 군중 속에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덮어둔 문제는 암세포처럼 자라나 결국 더 큰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조직 전체에 안기고 맙니다.
이런 회피가 습관으로 굳어지면 나중에는 아무도 모르게 일을 저지르고 은폐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영원히 가려지는 비밀은 없습니다. 결국 수면 위로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손쓰기엔 너무 늦어버린 후입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입버릇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그랬지."
"원래 그동안 쭉 해오던 관행대로 한 것뿐인데."
"저쪽에서 먼저 시작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맞춘 거야."
"나는 분명 하라는 대로 제대로 했는데,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모르겠네."
이런 변명을 입에 달고 산다면, 이미 책임 회피의 늪에 깊이 빠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들은 점차 '나는 잘못이 없다'며 스스로를 세뇌하고 합리화합니다. 갈수록 뻔뻔해지는 것이죠. 평소에는 누군가의 등 뒤에 숨어 눈치만 보다가, 일이 조금이라도 잘 풀릴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숟가락을 얹어 자신의 공으로 포장하는 데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만약 이런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모든 공은 리더의 차지이고, 모든 책임과 비난은 힘없는 직원들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비겁한 조직이 치열한 세상에서 오래 살아남을 리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책임을 인정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태를 가장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단단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주가가 폭락할 만큼 거대한 위기를 맞았던 몇몇 글로벌 기업들의 대처 사례를 보면 책임지는 자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당장 수백억 원의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결함이 있는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고객들에게 진심 어린 배상을 한 기업들은, 훗날 오히려 대중의 굳건한 신뢰를 얻어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만약 그 순간 알량한 책임을 회피하려 들었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손해와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영영 재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흔히 '사과는 리더의 언어'라고 말합니다. 기꺼이 책임지는 자세 또한 진정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무겁고도 고귀한 언어입니다. 당장 일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했다가는, 훗날 조직과 내 삶을 통째로 뒤흔들 더 큰 화를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