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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인생의 갈림에서 마주한 벽

by 오박사

도저히 뚫릴 것 같지 않은 벽을 마주할 때가 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답도 없고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 시간대에 갑자기 벽이 사라지기도 한다. 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하늘이 선물을 준 것처럼 고민의 답이 생각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볼 법한 일이다.


벽은 인생의 변곡점 또는 가장 소중한 시점에 찾아온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 벽이 생기고 도무지 뚫릴 것 같지 않게 견고해 보인다. 또 다른 말로 '슬럼프'라고 불리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인생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벽이 찾아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가 그만큼 인생을 진지하게 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의 길이며 고뇌한 시간만큼 삶의 농도는 짙어진다. 벽이 엉뚱한 곳에서 무너지는 이유는 그만큼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했다는 증거다. 무협지를 보면 대부분의 고수가 벽을 마주한다. 그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한 열망으로 매일 치열하게 무예를 단련한다. 그러다 벽에 부딪치고 아무리 수련하고 명상을 해보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에 좌절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깨달음이 찾아오고 벽을 무너뜨리고 절정고수가 된다.


이들은 고수가 되기 위해 늘 몸을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했다. 결국 가만히 있는 사람에겐 벽도 없을뿐더러 고수의 길이란 없다는 거다. 행동과 고민이 같이 이어질 때 벽은 찾아온다. 아무리 고민해도 벽이 무너지지 않을 땐 잠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시 내려놓고 다른 것을 하다 보면 의외의 방향에서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샤워장, 운전 중'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 그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늘 내가 고민을 해왔기에 떠오르는 것이다.


벽이 보이고 뚫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자. 세상에 뚫지 못하는 벽은 없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내가 들인 시간에 따라 그 벽 뒤의 세상은 더 달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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