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5%의 진실, 95%의 착각

by 오종민

우리는 과연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철저히 주관적입니다. 내가 완벽한 진실이라고 믿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전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내가 보는 세상이 무조건 옳다'는 깊은 착각 속에 빠져 살아갑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노란색 사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과연 이 사물은 누구에게나 100% 노란색으로 보일까요? 색약이나 색맹을 가진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색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의 망막 세포 중 명암을 구분하는 세포가 95%를 차지하고, 색상을 인식하는 세포는 단 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색을 남들과 다르게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비정상인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 눈의 5%가 세상을 조금 다르게 감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뇌는 파충류, 포유류, 인간의 뇌로 나뉜다고 하죠.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의 95%를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포유류의 뇌'에 의존하며, 이성적인 '인간의 뇌'는 고작 5%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극히 합리적인 존재라 여기지만, 실상은 95%의 감정으로 먼저 저질러 놓은 행동을 5%의 이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합리화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오직 자신이 보고 생각한 것만이 정의이자 진실이라고 굳게 믿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이러한 맹신이 단단하게 굳어지면 타인을 향한 맹목적인 폭력이 되고, 이내 그 폭력마저 정당화하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거창한 사회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의 다이어트 결심만 돌아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땀 흘려 운동해 놓고, 주말 저녁 갈증을 핑계로 시원한 맥주와 고칼로리 야식에 기어코 손을 뻗습니다. 이것이 바로 95%의 '포유류의 뇌'가 시키는 본능입니다. 그러고는 "일주일 동안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5%의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얄팍한 합리화입니다. 이런 자기기만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시로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나만이 옳다'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기꺼이 벗어나야 합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몰라", "저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겠지"라는 유연한 태도로, 그 빈약한 5%의 이성을 의식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꾸준한 성찰과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과거의 위대한 성인들이 끊임없이 사색했던 이유 역시, 자신의 믿음이 절대적이라는 오만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세상을 진정으로 바르게 바라보고 싶다면, 우리 역시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한 의심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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