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싸운다. 경찰이 출동하자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맞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 중요한 건 그들의 말에선 진실을 가려낼 수 없다는 거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몇 대 더 때려놓고도 때린 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맞은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세상 억울한 듯 큰 소리로 자신이 더 많이 맞았다고 주장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을 빼먹었을 때 상사의 질책에 자신은 분명 다 했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인정하기 싫은 맘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을 '라쇼몽 효과'라고 한다. '라쇼몽 효과'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구성하는 기억을 말한다.
사람의 기억은 오류가 많다. 워낙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 내가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다 보니 그중 잘못된 정보가 끼어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런 정보들이 모이면 잘못된 신념이 생기고 그것이 고정관념으로 박히면 오류가 오히려 사실이 되어 왼쪽으로 가야 할 것을 오른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이런 오류의 무서운 점은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나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게 된다는 거다. 내가 그동안 믿고 있는 것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다. 이 사실은 초두효과에서도 설명된다. '초두효과'란 내가 처음 받아들인 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는 효과를 말하는데 첫인상이 좋으면 그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도 나는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가진다는 것과 같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나는 그를 계속 좋은 사람으로 믿고 싶어 한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믿고 싶은 대로 기억을 조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내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편견이 고정관념이 되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나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는 이 길이 단단한 바닥이 아닌 깨어지는 유리와 같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