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인문학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계속 공부하는 걸까?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을 보면 살짝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우린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다른 동물도 우리와 같이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인간만이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인지' 아무리 고민해도 지금 시대처럼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실은 지금도 명확하다 말할 순 없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신에게 의지하는 것이었다.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고 우리의 삶의 이유와 존재 가치 또한 신이 정해준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는 것이 별다른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의문을 갖는 이들이 나왔다. 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이들이 생겨났고 오랜 기간 동안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건가?' '분명 나는 다른 이들과 별개의 존재인데 왜 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걸까?'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나타나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맘을 글, 음악,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니체의 유명한 명언 '신은 죽었다'는 더 이상 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사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토론하고 질문했다. 철학과 인문학은 결국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학문일지도 모른다.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한 이들이 유독 많아진 이유가 뭘까? 소득의 격차, 급격하게 발전한 시대를 겪은 어른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 도덕의 실종.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고자 하는 마음과 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충돌로 두렵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것이 그런 이유다.
우린 언제가 가장 편했을까?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 뱃속에 들어있을 때일 것이다. 목욕탕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때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오는 것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비슷함 때문이 아닐까. 숲을 거닐고 명상을 하는 것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그리고 진짜 나를 찾는 고민이다. 분명 나의 몸으로 이 세상을 살고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닌 것 같은 불안함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과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신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서 선택의 고민에서 내가 생각하고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고민하는 것. 설령 옳지 않더라도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그런 고민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