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 점수가 형편없었다. 그래서 대학을 겨우 들어갔다. 아는 학과가 없고 관심도 없어서 친구가 가는 산업공학과에 똑같이 지원했다. 그래도 대학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4년 동안 장학금도 받고 품질관리 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런데 난 대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경찰이 되었다. 솔직히 대학에서 공부한 것보다 술 마시고 당구치고 놀던 기억밖에 없다.
지금의 대학은 어떨까? 예전 내가 다니던 때와 달리 모두가 자신이 가고 싶은 과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그저 대학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과 부모들도 일단 대학 만가 자라는 분위기다. 경찰 후배 중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시험준비를 하거나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 후 들어온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잘했다고 말한다.
나는 대학이 자신이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12년을 시켜서 하는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대학마저 끌려가듯 들어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니 얼마나 안쓰러운 일인가! '대학'은 큰 사람이 되기 위한 학문을 뜻한다. 그 의미는 나에게 필요한 학문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말은 대학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목적이 되어야 하고 대학은 그것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의 대학은 목적과 수단이 바뀐 모양새다.
내 자녀들에게도 굳이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된다고 대신 그 과정에 공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학을 활용하라고 말이다. 앞으로 미래 대학의 의미도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2년, 4년 과정이 아닌 1년짜리를 2개, 3개를 공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쪼개질 거라고 말한다. 직업에도 '긱'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듯 대학도 그렇게 달라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너무 대학에 목매지 말자. 시대가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각 분야에 맞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의 꿈이, 목표가 대학이 아닌 다른 것을 향할 수 있도록 우리부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