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밖으로 꺼낼 때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었다가도 한동안 쓰지 않으면 다시 내 것이 아니다. 부서 이동을 자주 하는 회사가 있다. 한 부서는 사무직이고 한 부서는 외근직이다. 사무직 근무를 10년 동안 일하다 보니 보고서를 만드는데 베테랑이 되었다.
그러다 외근직으로 발령이 났다. 외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책으로 배웠다. 옆에 있는 직원이 시스템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줬고 들을 때는 분명 알 것 같았지만 막상 일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몇 번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자신감이 붙었다.
외근직도 보고서를 쓸 때가 있는데 보고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수도 없이 썼던 보고서인데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겨우 보고서를 완성했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다. 마치 쓰지 않는 근육이 굳어버린 것만 같다.
그렇다고 외근직 업무도 완벽하진 않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차니 일이 들어오면 후배들이 대신 처리해 주는 경우가 많아 배운 것을 또 잊어간다. 어느새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아는 것인데도 손과 몸을 쓰지 않으니 또다시 새로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점점 퇴보하는 것 같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만 같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이런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직장인뿐 아니라 분명 배웠는데 생각나지 않아 막막했던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잘 간 칼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게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배운 것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태되고 따라 잡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지식을 쌓을 수는 없다. 지식을 경험과 융합하여 지혜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