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가끔 서양의 장례식장 문화를 볼 수 있다. 고인을 앞에 모셔놓고 조문객들이 꽃을 고인의 관에 놓거나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올려놓기도 한다. 고인의 가족과 함께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를 때도 있다. 물론 엄숙한 분위기인 곳도 있지만 즐거운 분위기인 곳도 많다. 죽음을 앞둔 이들도 농담을 할 정도로 장례문화가 자유롭다. 하지만, 그들이 고인을 그리워하고 애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결이 다르다. 조문객이 방문하는 것은 같지만 함께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하진 않는다. 삼배로써 고인을 애도하고 나머진 음식과 술을 먹으며 빈소를 잠시 지키다가 떠난다. 예전엔 밤새 빈소를 지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도 있지만 마치 의무처럼 들렀다 가야 하기에 방문한 것처럼 보이는 이도 많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나는 서양의 장례식처럼 나를 아는 이들이 모여 내 이야기를 하며 웃으며 나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저 그들의 가슴속에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있기만 하면 좋겠다. 남은 자는 남은 대로의 삶이 있고 나는 모든 삶을 다했기 때문이다. 슬퍼하기보다 나로 인해 웃었으면 좋겠다. 장례식이 꼭 슬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살아생전 내가 활동하던 영상 하나 틀고 그걸 보며 잠시 웃고 맛있는 것을 나눠먹으며 각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웃긴 말을 해줘서 분위기를 밝게 해 준다면 그 이에게 참 고마울 것 같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어느 추운 겨울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