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잊지 않는 것과 얽매이는 것

by 오박사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과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사건에 현재를 붙들려 있는 상태다. “그 일만 없었더라면”, “그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탄하며 모든 원인을 과거에 둔다. 원망은 반복되고, 분노는 커지며, 현재의 선택마저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붙잡고 있는 동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마음은 점점 피폐해지고 삶은 더 무거워진다.


반면 과거를 잊지 않는 태도는 다르다. 같은 아픔을 겪었더라도 그 경험을 교훈으로 삼는다. 상대의 잘못이 분명했더라도, 그 사건 속에서 내가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기억을 사용한다. 과거는 인정하되,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일은 이미 하나의 ‘현상’이다. 바꿀 수 없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뿐이다. 사실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붙들고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억울함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원망을 붙들고 있는 동안 상처는 계속 새살을 막는다. 누가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복수를 한들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는다. 복수를 끝낸 뒤 찾아오는 허탈함은, 그동안 그 감정에 매달려 흘려보낸 시간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사는 것이다. “너 따위에 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타인을 탓하는 감정은 나를 약하게 만들지만, 나를 다잡는 선택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해야 한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다. 과거를 놓아주는 것은 나를 놓아주는 일이고, 나를 용서하는 일이다. 그래야 현재를 살 수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말자. 원망 대신 성장을 택하자. 그 선택이 결국 내 마음에 안식을 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