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나는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by 오박사

나는 경찰서 직장협의회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원래 귀찮은 일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제도가 생겼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자원했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비판을 받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자리를 ‘권력’이라 여겼다.


그러나 조직의 장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평가받는 사람이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 반대는 생긴다.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들 역시 같은 조직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역할은 반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고 조율하는 데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배제한다면 결국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곁에 남는다. 그렇게 되면 조직은 균형을 잃는다.


임기 1년 반쯤 되었을 때, 협의회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투표해 보자는 글이 올라왔다. 나를 향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였다. 결과는 8:2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만약 반대가 우세했다면 나는 자진 사퇴했을 것이다. 5:5였다면 사퇴를 고민했을 것이고, 7:3이라면 무엇이 부족했는지 찾아 개선하려 했을 것이다.


선출된 리더의 자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선출’이라는 말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우리를 대신해 일해 달라는 요청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사과하고, 고쳐야 하며, 그래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내려놓는 것이 맞다.


리더는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조직원이 지지하지 않는 리더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직이 위임한 것이다. 그 힘은 조직원으로부터 나오며, 다시 그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권력이 정당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행사될 때 신뢰가 형성된다. 조직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뒤따른다. 그 참여는 조직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다시 리더십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신뢰와 참여는 선순환을 이룬다.


반대로 권력이 개인의 욕망을 위해 사용될 때, 그것은 독선과 다를 바 없다. 그 끝은 분열과 파국이다. 리더는 늘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올바른 리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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