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로 많은 책임자가 사퇴를 하거나 강제로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중 책임자로서의 자세를 다한 사람은 707 특임단장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모든 잘못과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부대원들을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라야 했다.'라고 말하는 이들과는 달랐다. 그의 사과를 'show'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나는 그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문득 리더십 교육이 떠올랐다. 리더는 여러 가지 덕목을 길러야 한다. '책임', '소통능력', '공감', '추진력', '겸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그중 책임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예전에 공은 자신이 갖고 실수는 조직원에게 떠넘기는 리더와 같이 일한 적 있다. 그 순간 그에 대한 신뢰감과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대충 시간만 때우는 일이 많아졌고 무사안일 주의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또 한 번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는 리더와 함께 일한 적 있다.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걱정 말고 소신껏 일해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겠습니다. 힘든 것은 저에게 다 떠넘겨주세요" 이런 말을 들었다면 과연 정말 그에게 모든 것을 떠넘길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린 그에게 피해를 입히기 싫어 더 열심히 일했고 그에 따른 성과는 당연히 좋았다. 그는 정말로 상사의 질책은 자신이 받아넘겼고 우리에겐 조금만 더 노력해 달라는 말만 했다. 그런 모습에 우린 그가 더 이상 상사에게 질책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고 그해 우리 팀이 가장 실적이 좋았다. 굳이 그가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단지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였을 뿐인데 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누가 자신을 위하는지 아닌지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들을 위해 책임지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원들은 오히려 그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특임단장의 기자회견을 보는 707 대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들을 위해 홀로 희생하려는 그의 모습에 그를 구하고 싶지 않았을까. 전쟁터는 아니지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것이 책임지는 리더를 대하는 조직원들의 마음과 자세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