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안전한 배에만 머무는 사람들

by 오박사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이 말들은 대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한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표준이라 믿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편해한다. 누군가 그 경계를 넘으려 하면 응원보다 먼저 실패를 떠올린다. 마치 자신의 성역이 침범당한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탄 배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노를 젓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어차피 목적지는 정해져 있고, 괜히 움직이다 위험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가 정답이라고 굳게 믿는 이들 앞에서 누군가 B일 가능성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토론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A가 맞다는 증거를 찾고,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든다.


그들의 세계는 단단한 틀 안에 갇혀 있다. 그 틀을 벗어나는 일은 두렵다. 그래서 매뉴얼과 설명서는 그들에게 일종의 성서가 된다. 매뉴얼대로 움직이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틀 밖으로 나갈 위험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창의란 가능성이 아니라, 실패 확률이 높은 무모한 시도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조직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 튀는 행동을 하면 불편해한다. 겉으로는 실패를 확신하는 듯 말하지만, 실은 그가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대화가 시작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십 가지 늘어놓는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으면 이유 없이 피로해진다.


그럴 때는 한 귀로 듣고 흘려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설령 내가 시도한 일이 성공해 한 발 앞서 나아가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실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자신의 세계가 여전히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대륙에 도착해 있을 때도, 그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찾았다고 안도할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혹시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는 아닐까. 틀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두려움을 감수하고 밖으로 한 발 내딛는 사람인지. 그 선택이 결국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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