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 한 기업에서 이 네 가지 유형 중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1위는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였다. 왜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가 아닐까. 말만 들어도 피곤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모든 일을 직접 챙기고, 누구보다 앞서 뛰며,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면 직원들은 숨이 막힌다. 상사가 너무 뛰어나면 직원은 자격지심을 느끼거나,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결국 조직은 상사 한 사람의 능력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렇다면 ‘게으른’ 상사란 무엇일까. 이는 흔히 말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다.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는 모든 일을 직접 하지 않는다. 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지켜보고,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 일이 잘되면 공을 직원에게 돌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나선다. 직원의 자율을 존중하면서도 방향과 기준은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가장 함께 일하기 싫어하는 상사는 누구일까.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다. 이런 비유가 있다. 군대에서 지휘관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누구보다 앞장서 달려간다. 한참을 돌진한 뒤 그가 말한다. “여기가 아닌가 봐.”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병사들은 체력을 소모하고, 물자를 낭비하며, 사기를 잃는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상사가 있다. 본인은 열심히 일하지만 그 일이 효율적이지 않다. 판단이 부족해 일을 질질 끌고, 방향을 자주 바꾸며, 직원들까지 함께 잘못된 곳으로 돌격하게 만든다. 결과는 없다. 남는 것은 피로와 허탈감뿐이다.
차라리 멍청하고 일을 하지 않는 상사는 견딜 수 있다. 험담을 하며 넘길 수도 있고, 직원들끼리 힘을 모으면 성과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는 조직 전체를 소모시킨다. 열심이라는 명분 아래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어떤 상사가 되어야 할까. 정답은 분명하다. 모든 일을 잘하는 상사가 아니라, 직원에게 맡기고 책임질 줄 아는 상사다. 직원의 자율을 믿고, 방향을 제시하며, 마지막 책임을 지는 사람. 그것이 사람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상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