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창의력을 도둑맞은 사람들

by 오박사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이 중에서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언제일까. 몇 년 전 홍보 업무를 맡았을 때, 학교폭력 신고 전화번호인 117을 몸으로 표현하는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네 집단에게 ‘자율적으로 표현해 달라’는 과제를 주었다. 아이디어는 모두 나름대로 참신했다. 그러나 결과를 보는 순간, 초등학생들의 표현 앞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들은 117을 비교적 정형화된 형상으로 표현했다. 숫자를 만들거나,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초등학생들은 달랐다. 그들은 숫자에 매이지 않았다. 움직임과 퍼포먼스로 117을 표현했고,

정해진 틀 없이 다양한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은 ‘표현해야 할 정답’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까. 그 이유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 전, 늘 한 가지를 먼저 떠올린다. ‘내가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어릴 때는 상상력으로 불리던 행동이 자라면서부터는 ‘이상한 짓’이 된다. “튀지 마라”, “정상적으로 해라”라는 말 속에서

창의력은 조금씩 숨을 곳을 찾는다.


‘정상’, ‘표준’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다 보니 튀는 생각과 엉뚱한 행동은 점점 사라진다. 결국 우리는 사회화라는 이름 아래 창의력을 도둑맞아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창의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저 다시 불러주길 기다리며 조용히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꺼낼 수 있고, 의식적으로 허용해 주기만 해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한때 하늘을 날고, 초능력을 갖는 상상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는 그 엉뚱함을 다시 꺼내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정답보다 질문이, 표준보다 개성이 더 큰 가치를 갖는 세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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