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그건 정말 화낼 일이었을까?

by 오박사

평소 화를 잘 내지 않거나 감정을 잘 참는 사람도, 어느 순간 감정 조절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까지 화를 냈다는 사실에 먼저 당황한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상대나 상황에 돌리려 한다. “내가 원래 화 잘 안 내는 사람인 거 알지?” “이 정도로 화낸 건 네가 정말 잘못한 거야.”


과연 그럴까. 정말 상대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 화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이 보인다. 상대가 나를 자극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그게 정말 화를 낼 만큼 큰 일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이유는 화라는 감정이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의 이면에는 질투, 서운함, 불안, 열등감, 비난 같은 또 다른 감정들이 숨어 있다.


이 감정들은 직접 드러나기보다, ‘화’라는 가장 강한 형태로 포장되어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화는 늘 상대를 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안의 감정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화를 느낄 때, 단 6초만 숨을 고르면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그 짧은 순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건 정말 화낼 만한 일인가. 상대의 잘못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인가. 내가 상대를 내 기대에 맞추려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곰곰이 들여다보면, 많은 분노는 ‘상대가 나의 기대를 충족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화는 타인이 만든 감정이 아니라 내가 세운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생겨난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는, 역설적으로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화를 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화는 억누를수록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다만 그 화살이 누군가를 향해 날아가서는 안 된다.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나도, 상대도 동시에 상처 입힌다.


화를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고, 방향을 조절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감정 관리다. 화를 없애려 하지 말고, 이해하려 해보자. 그 순간부터 화는 파괴적인 감정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신호로 바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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