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물고기를 잃고 바다를 얻은 사람

by 오박사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우둔한 사람일까. 84일 동안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음에도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보통 사람이라면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열흘만 지나도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다. “이쯤 되면 그만둘 때도 됐잖아.” 아마 그는 그런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다. 낚시꾼의 평생 로망이라 불리는 물고기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배에 매달린 청새치는 상어 떼의 습격을 받고, 남은 것은 뼈뿐이다.

84일의 기다림과 고통, 그리고 사투 끝에 얻은 결과는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묻는다. 그의 시도는 실패였을까. 그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걸까. 노인은 좌절하지 않는다. 분노하지도, 세상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갈 용기를 얻는다. 청새치를 낚아 올리던 순간의 감각, 팔에 전해지던 무게, 살아 있음을 느꼈던 그 경험은 그의 몸과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노인과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바다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설령 청새치를 잡았다 해도 상어에게 빼앗긴 순간 욕부터 했을 것이다. “이게 뭐야, 이럴 거면 왜 나갔어.” 허탈함에 빠져 다시는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경험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끝났고, 그의 삶은 계속된다. 나는 그가 다시 청새치를 잡았을 거라 믿는다. 더 수월하게, 더 현명하게, 상어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이전의 실패는 다음 도전을 위한 데이터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인과 우리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다. 끈기나 재능도 아니다. 차이는 단 하나, 바다로 나가느냐 나가지 않느냐에 있다. 현실의 제약, 실패에 대한 두려움,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믿음을 덜어내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내가 꿈꾸는 바다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노인은 물고기를 잃었지만 바다를 잃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스스로 바다를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용히 돌아볼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