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그제야 고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오박사

사람들이 왜 고전과 역사에 그토록 관심을 갖는지 오래도록 이해하지 못했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런 말들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마치 교과서에 적힌 문장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그러다 최근 읽던 한 책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졌다. 사람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선택이 맞는지, 돌아가야 하는지, 더 버텨야 하는지. 선택 하나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늘 불안해진다. 그래서 망설이고, 고민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고전과 역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것들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기록한 데이터다. 짧은 인생을 사는 우리가 평생 겪지 못할 시행착오를, 이미 누군가 대신 겪어낸 기록인 셈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 어디까지 욕망해도 되는지. 고전은 이 질문들 앞에서 한 발 앞서 고민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려준다. 정답을 주기보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욕망이 지나쳤을 때 어떤 결말이 오는지, 자만과 방만, 향락이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나태해진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반복해서 증명해 보인다. 그래서 역사는 경고에 가깝다.


우리는 그 고전과 역사를 바탕으로 다시 현재를 살아가고,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간다. 어떤 역사를 남길지는 결국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고, 지금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제야 고전과 역사가 왜 필요한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예전에도 고전을 몇 권 읽은 적은 있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냥 잘 쓰인 소설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등장인물의 선택과 후회, 시대적 배경 속에서 내가 피해야 할 길과 붙잡아야 할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고전과 역사는 어렵다. 그래서 아마 몇 번씩 읽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에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단계마다 다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고전과 역사는 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그래서 결국, 고전과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한 연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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