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 빨리간다고 제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by 오종민

까마득하게 먼 길을 달려야 하는 장거리 경주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나란히 섭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A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튕겨 나가듯 전력 질주를 시작합니다. 반면 B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서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누군가는 B를 보며 시작부터 뒤처졌다며 혀를 끌쯧 찰지도 모릅니다.


A는 숨을 헐떡이며 쉼 없이 달립니다.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압도적인 거리를 주파합니다. 하지만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진짜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사이 한참 출발이 늦었던 B는 경주 코스 전체를 조망하고 정확한 나침반을 맞춘 뒤, 그제야 천천히 발걸음을 뗍니다. 그는 가다가도 멈춰 서서 주위를 살피고, 경로를 이탈하지 않았는지 점검하며 묵묵히 자기만의 페이스로 나아갑니다.


시간이 흐르자 결과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A는 여전히 엉뚱한 길 위에서 땀을 쏟으며 헤매고 있지만, B는 어느새 결승선 테이프를 끊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달린 거리와 속도는 분명 A가 월등히 앞섰음에도, 최종 승자는 B였습니다. 차이는 단 하나, **‘방향’**이었습니다. 잘못된 길 위에서는 아무리 엑셀을 세게 밟고 빨리 달려봤자 결코 목적지에 닿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방향이 틀어진 상태에서의 속도는 나를 목적지로부터 더 멀리 데려다 놓는 재앙이 될 뿐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 경주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늘 ‘속도’에 강박을 느낍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무작정 달리고 봅니다. 옆 사람이 뛰니까 나도 덩달아 뜁니다. 하지만 방향이 어긋난 빠름은 허상입니다. 물길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배를 원하는 곳으로 몰 수 없고, 고기가 다니는 길을 모른 채 무작정 팔이 빠져라 그물만 던진다고 만선이 될 리 만무합니다.


혹시 지금 내 삶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쎄한 느낌이 드십니까? 그렇다면 불안감을 지우려 속도를 쥐어짜 낼 때가 아니라, 가만히 브레이크를 밟고 나침반의 방향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잠시 멈춰 서는 것은 결코 포기나 뒤처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대로 도착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준비’**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어 보여도 괜찮습니다. 방향만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면, 여러분은 결국 그곳에 도착하게 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