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책임을 묻는 사회, 원인을 외면하다.

by 오박사


2019년,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를 줄이겠다며 이른바 ‘민식이 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 감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법은 근본적인 사고 예방책이라기보다,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의 하늘 양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는 ‘하늘이 법’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처벌 규정을 만드는 데 머물러 있다. ‘민식이 법’과 ‘하늘이 법’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책임을 질 누군가를 명확히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법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처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을 한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있을까. 우울증이라는 질병은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퍼져 있고,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비극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름을 딴 법을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 걸까. 그런 방식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문제는 처벌이 아니라 원인이다. 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고 있는가. 경제적 불안, 과도한 경쟁, 고립된 삶은 모두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외면한 채, 사건 이후에만 법을 만드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차라리 경제를 안정시키고,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예방책일지도 모른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보다, 예방과 회복을 돕는 제도가 먼저 필요하다. 마음이 아픈 사회를 그대로 둔 채, 결과만 통제하려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 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봐 주었으면 한다. 사건의 이름을 딴 법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법이 필요한 시대다. 세상이 아파하고 있다는 신호를, 이제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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