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쉼이 아이디어가 되려면

by 오박사

뇌를 한 번씩 쉬게 해줘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할 때, 혹은 잠자리에 들었을 때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히 메모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운전 중이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민이 깊을수록 잠시 쉬어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자주 놓치는 함정이 하나 있다. 무작정 쉰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그 아이디어와 관련된 고민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이 나와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면 대부분 그냥 흘려보내게 된다. 나중에 누군가 그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 소재를 두고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던 사람이 샤워 중 갑자기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그 생각은 곧바로 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던 사람이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그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아이디어의 질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의 차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우연히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그 문제를 곱씹고 있던 사람에게 찾아온다.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가지만, 그것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다.


그러니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계속 생각하고, 찾고, 붙들어야 한다. 쉼은 그다음이다. 우리 뇌는 무심코 지나친 생각들을 어느 순간 영상처럼 다시 꺼내 보여줄지도 모른다. 단, 그것을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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