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려는데 갑자기 밀치고 올라타는 어른, 카페나 공공장소에서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떠드는 어른들, 등산복 차림으로 술에 취해 버스나 기차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습.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들은 마치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듯 당당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권리는 다름 아닌 ‘세월의 무게’다. 나이 들었음을 하나의 무기처럼 사용하며, 그래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말이야.”
이럴 때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장유유서’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뜻인데, 요즘 젊은 세대가 그 가치를 모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오해가 있다. 장유유서는 단순한 나이 서열을 말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존중과 배려라는 가치가 깔려 있다.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일 때, 공경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존중은 강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이는 특권이 아니다. 또한 면죄부도 아니다.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목소리를 높일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더 낮아질 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나이만 먹고 있는가, 아니면 제대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