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삶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책을 읽는 이유도 함께 변해왔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어서, 많이 읽어야 한다고들 하니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목표가 생겼다. ‘1년에 100권 읽기’,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이미 해오던 습관이니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하나의 자기관리처럼 여겨지던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그 흐름에 올라타 있었다.
그렇게 수백 권의 책을 읽었지만, 어느 날 문득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서 튀어나온 것이다. 더 난감했던 건, 100권 중 한 권의 내용도 또렷이 떠오르지 않을 때였다.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순간은 누군가 “책 한 권만 추천해 달라”고 물었을 때였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 이후 독서 방식이 달라졌다. 이제는 줄을 긋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적어두며 잠시 생각에 머문다. 한 권을 읽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책은 억지로 끝내지 않고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 읽는다. 같은 책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때면, 그 낯섦이 오히려 짜릿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지금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싶어서, 계속 배우고 싶은 갈증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그 위에 나의 생각을 얹고 싶어서.
어쩌면 책을 읽는 이유가 이렇게 계속 달라지는 것, 그 변화 자체가 내가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책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것을 읽는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