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연예인들의 부캐(부가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있다. SNS에서 부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이중에는 남성이면서 여성인 척하는 경우도 많다. 데이트 어플에서도 성을 속여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왜 부캐와 부계정을 만들어 활동하는 걸까? 사람은 수많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성이면서 여성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여성이면서 남성과 같은 이도 있다. 여전히 아이처럼 놀고 싶은 이들은 키덜트가 되어 장난감을 모으거나 성인 놀이터에서 아이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게임에서 군주가 되어 군대를 호령하기도 하고 SNS상에서 스타가 되기도 한다.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는 내 모습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외모를 눈부시게 꾸미거나 반대로 동물과 같이 날것으로 꾸미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발현인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을 요구받아 보이는 대로 살아야 하고 또 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를 그런 이들로 규정하고 틀에 맞춰 살아가길 바란다. 틀에서 벗어나면 사차원, 변태, 돌아이 등의 단어로 또다시 이들을 규정한다.
가상공간은 이러한 제약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꾸미고 말하고 행동해도 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익명으로 활동하며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 발언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이들은 맘껏 사회에서 받은 분노를 토하는 것이다.
이런 반항이 드디어 현실에서 여러 자아를 발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다. 바로 육각형 인간이다.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에서 다양한 것을 잘하는 사람이 추앙받는 시대로 탈바꿈하고 있고, 그것은 곧 내가 가진 여러 자아를 표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후가 인정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 내 안에 숨겨진 자아를 세상에 꺼내어 제대로 된 나를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