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녀 간 가치관 충돌의 과도기에 들어선 듯하다. 자녀가 부모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는 신고가 늘고, 10대와 20대 자녀의 정신질환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해 보면, 부모는 자녀의 문제 행동을 말하고 자녀는 부모로부터 받았던 강요와 폭언만을 기억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양쪽의 기억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부모 세대는 폭행과 폭언이 비교적 당연하게 여겨지던 환경에서 자랐다.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부모가 되었고, 생계를 책임지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내가 너를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데”라는 말은, 그들의 억울함과 피로가 응축된 표현이기도 하다.
반면 자녀 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했다. 교육 환경은 달라졌고, 폭언과 폭력은 결코 참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이들에게 이유 없는 훈계는 정당하지 않다. 그래서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부모는 그 질문 자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훈계는 감정 섞인 말로 변질되기 쉽다.
이렇게 두 세대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린다.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교가 더해진다. “누구 집 자식은 효자인데”, “누구 집 부모는 자상하다는데”라는 말들은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갈등은 누적되고, 자녀는 언젠가 힘의 균형이 바뀌는 순간을 기다리며 감정을 쌓아두기도 한다.
문제는 양쪽 모두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의 행동만을 문제 삼고, 자신의 반응은 상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이렇게 책임은 끊임없이 전가되고, 갈등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이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어쩌면 한 세대를 지나야 조금씩 완화될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새로운 관계의 패러다임이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명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말이다. 그것이 정착될 때, 가정에서 시작된 균열이 사회 전반으로 번져 나타나는 우울과 분노, 극단적인 문제들 또한 비로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