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옳고 그름이 아닌 우위를 다투는 대화

by 오박사

우리는 대화 중 의견이 다를 때, 종종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기려 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 애쓰고, 어떻게든 상대가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대화는 어느새 싸움으로 변한다.


감정이 개입된 싸움은 더 복잡해진다. 나중에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쉽게 인정하지 않게 된다. 이미 감정이 상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둘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침묵뿐이다.


싸움은 말이 멈춘 뒤에도 계속된다. 누군가 먼저 사과하지 않는 한, 그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사과하는 것이 ‘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한 발 물러서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굳이 승패를 가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이기려 할까. 이겨도 상처만 남는다는 걸 알면서, 왜 그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그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작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우위다. 내가 그 위에 서 있다고 믿는 순간, 지는 것은 곧 나의 위치를 내려놓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집요해지고, 더 완고해진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 정보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경쟁이 된다. 진정한 권력은 상대를 굴복시켜서 얻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자발적인 동의와 신뢰, 정당성 위에서만 힘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굳이 모든 대화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기는 것보다, 관계를 지키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 그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싸움이 아닌 대화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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