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한 해변을 지나는데 외국인 여성이 헤드셋을 끼고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을 봤다. 그에게선 여유가 느껴졌고 순간 외국인이기에 저 모습이 여유롭게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만약 한국인이 저렇게 벤치에 홀로 앉아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함께 가던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인이었다면 '똥폼 잡네'라고 여겼을 거라고 말이다.
왜 우린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걸까? 왜 외국인은 길에서 춤을 춰도 되고 우린 안 되는 걸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했는데 그 흥은 다 어디 간 걸까?
우리 민족은 공동체 사회생활을 하며 풍악, 농악, 마당놀이 같은 신명 나는 문화가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회의 급속한 발전을 통해 여유가 사라져 갔고 개인주의 사회로 발전해 가면서 주변 눈치를 보는 경향이 생겨났다. 즉, '튀면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월드컵, 야구장, 축제 같은 현장에선 그 흥이 여지없이 발현된다. 여전히 우린 흥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감춰야 했을 뿐이다. 어쩌면 지금 사회가 아픈 것은 흥과 여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본다.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흥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이 잊혔던 흥과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