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멘토는 주연이 아니다.

by 오박사

멘토 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은 많다. 그러나 멘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멘토는 멘티를 가르치거나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조언을 통해 멘티가 조직에 잘 정착하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멘토를 ‘가르쳐야 할 사람’으로 오해한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들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문제는 그 자부심이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때다. 그들은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어 하고, 그 욕망은 후배들에게 ‘라테는 말이야’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들은 후배들도 자신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야 잘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시대와 환경 또한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는 쉽게 무시된다. “이게 다 너희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은, 배려처럼 들리지만 실은 자신의 성공 서사를 후배에게 덧씌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멘토가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려 하기 때문이다. 멘토의 역할은 후배가 잘 적응하고 버틸 수 있도록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데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자신의 경험과 방식, 성취를 중심에 놓는 순간, 멘토링은 조언이 아니라 간섭이 된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강제할 수도 없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요리해야 한다. 멘토가 할 수 있는 일은 레시피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양념을 조금 건네는 정도다.


멘토는 주연이 아니다. 오히려 기꺼이 조연이 될 때, 비로소 멘토링은 제 역할을 한다. 조용히 한 발 물러나 후배의 성장을 돕는 것, 그것이 진짜 멘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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