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익숙함이 중독이 되기 전에

by 오박사

나는 하루에 커피를 네다섯 잔은 마신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마시는 걸까, 아니면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걸까.


처음 커피를 접한 건 대학 시절,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였다. 특히 추운 날, 손을 녹이며 마시던 자판기 커피는 지금 떠올려도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그다음은 믹스 커피였다. 밥을 먹고 바로 마실 때,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 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한 잔 들이킬 때 그때의 믹스 커피는 유독 좋았다.


이쯤 되면 알 수 있다. 커피의 매력은 맛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황과 분위기, 기억까지 함께 마시는 음료라는 것을. 아마 이런 심리를 가장 잘 읽어낸 것이 커피 문화일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보다

공간과 이미지,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소비한다.


이제 커피는 기호품을 넘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문화가 되었다. 물론 요즘은 커피 맛을 구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맛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커피는 ‘이유 없이도 마시게 되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조금 걱정이 된다. 하나의 문화가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 흐름에 휩쓸린다. 만약 누군가 의도적으로 커피를 줄이거나 가격을 크게 올린다면 어떨까.


이미 익숙해진 우리는 그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할지도 모른다. 커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호와 문화, 즐거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것들은 언제든 중독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절제다. 좋아하되 의존하지 않고, 즐기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 무엇이든 적당히 즐길 줄 아는 태도만이 기호를 기호로 남겨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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