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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열정으로 연결된 경찰과 변호사

by 오박사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당시 서울의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밀양 출신의 변호사다. 2012년, 나는 밀양에서 트위터를 통해 번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고, 그 모임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초 어느 날, 그들 중 한 사람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단순한 안부 인사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며,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현재는 변호사라고 했다. 왠지 모르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그 변호사에게 내 이야기를 미리 해두겠다며, 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권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메시지를 보냈고, 마치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금세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주로 자신의 사건이나 법률 관련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하루에 네다섯 편씩, 심지어 새벽 4시까지도 글을 올리는 열정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또 활동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나와 비슷한 에너지를 가졌다고 했지만, 그의 열정은 오히려 나를 압도했다. 지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아니면 그의 열정에 이끌려서였는지, 나 역시 점점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동행을 시작했다.

어느 날 그는 나를 페이스북 모임 하나에 초대했다. 이름은 ‘책건문’이었는데, ‘책에서 건진 문장’의 줄임말이었다. 일종의 독서 모임으로,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올리고, 그 문장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그냥 책을 읽는 것과는 달리, 의미 있는 문장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경험은 색달랐다. 재미도 있었고, 남들과 좋은 문장을 나누고 싶다는 경쟁심도 생겼다. 매일 한 문장씩 꾸준히 올렸고, 그 열정 덕분에 그는 나를 ‘책건문’ 운영자 중 한 명으로 승격시켰다.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듯해 뿌듯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그는 또 다른 그룹에 나를 초대했다. 이름은 ‘맨톡’으로, ‘매니저 토크’의 줄임말이었다. 일종의 자기계발 모임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책건문’이 정적인 모임이었다면, ‘맨톡’은 에너지로 가득한 모임이었다. 서로를 부를 때는 ‘○○매니저님’이라고 불렀고, 그래서 ‘맨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맨톡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넘치는 열정으로 교류하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경찰이라는 다소 한정된 세상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한 발 내디딘 느낌이었다.


흥미롭게도, 그들도 내가 경찰이라는 사실에 신기해했다. 아마도 경찰은 자기계발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의 대화가 즐거웠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


온라인에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점점 직접 만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알고 보니, 한 달에 한 번 서울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내가 부산에서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다음 모임에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속으로 ‘설마 오겠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꺼이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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