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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밀양에서 역삼까지, 나를 위한 여행

by 오박사

매달 세 번째 수요일 저녁 7시, 서울 역삼동에서는 자기계발 모임인 ‘맨톡’의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다. 평일이라 오후 반차를 내고 밀양역에서 KTX에 올랐다. 서울역에 도착한 건 5시 반쯤. 역삼동까지는 멀지 않아 모임 시작 시간보다 약 40분 일찍 도착했다. 모임이 열리는 빌딩 앞에 서니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으로만 보던 그들을 직접 보게 되다니’라는 설렘과 함께, ‘어색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뒤섞였다. 조심스레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 몇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다가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00변호사님 뵈러 왔습니다”라고 답하자, 그는 나를 안내해 주었다. 페이스북 사진으로 익숙하던 바로 그 모습의 변호사님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눈 덕분인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 역시 내가 진짜로 올 줄은 몰랐던 듯 놀라워했다.

그는 나를 강의실 형태로 꾸며진 방으로 안내했고, 안에는 2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도 빈자리에 앉았다. 몇몇은 서로 인사하며 웃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그 분위기를 지켜보았다. 많이 어색했지만, 견딜 만했다.

잠시 후, 모임의 주최자인 변호사님이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 오늘의 순서는 두 명의 강의, 처음 온 사람들의 소개, 명함 교환, 그리고 뒤풀이 순서라고 했다. 대기업 출신 프리랜서 강사 한 분과 공군 중령 출신의 강사가 차례로 나와 30분씩 강연을 했다. 서울까지 올라와 직접 들은 강의라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깊이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어진 자기소개 시간.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앞으로 나섰다. 내 차례가 되자 변호사님이 “밀양에서 온 경찰입니다”라고 소개해주었고,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경찰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멀리서 서울까지 왔다는 사실에 더 놀란 듯했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는 시간. 보험설계사, 법무사, 변호사, 대기업 직원, 군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나 역시 경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몇몇은 페이스북에서 보던 사람들이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마지막 기차를 타야 해서 뒤풀이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다음 모임에는 꼭 함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서울을 떠났다. 밀양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날 모임에서 받은 에너지가 다음 날까지도 이어져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 후로 서울 모임에 네 번 더 참석했고, 마침내 원하던 뒤풀이에도 한 번 함께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얻은 에너지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고, 새로운 인연을 통해 인생 처음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에게 또 어떤 즐거운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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