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자기계발 모임 이후, 내 열정의 온도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독서와 페이스북 홍보 외에는 그 열정을 쏟아부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 친구 한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가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실제로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40대 여성으로, 경남에서 동기부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그녀가 말했다. 온라인상에서지만, 내 글을 통해 열정이 느껴졌다고. 경남 마산에서 자신이 주최하는 모임이 있는데, 내가 한 번 참석하면 좋을 것 같아 연락했다는 것이다. 안면도 없는 나를 초대한 것이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내 안의 열정이 또 다른 자극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모임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저녁 7시에 열렸다. 부산에서 마산까지는 차로 약 한 시간 거리. 토요일이지만 상가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 그런지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고, 불빛도 적어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였다. 모임 장소는 5층짜리 건물의 3층. 서울에서 참석했던 모임과는 달리, 이번엔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불안감이 들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불도 켜지지 않아, '혹시 잘못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3층 내부에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그 강사님이 보였고, 그녀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인사를 나눈 뒤 강의실처럼 생긴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약 아홉 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그녀가 나를 소개했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놀랍게도 그중에는 나를 포함해 경찰관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 그 사실을 알자 어색하고 긴장됐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잠시 후, 한 남성이 앞으로 나섰다. 중학교 교사로, 이 모임의 공동 주최자였다. 알고 보니 이곳은 초보 강사들이 모이는 네트워크 모임이었다. 그날은 두 명이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고,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처럼 15분간 발표한 뒤,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었다. 모임 이름은 ‘나십오(나를 바꾸는 시간 15분)’였다.
첫 발표자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남성이었고, 강사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차분히 발표를 이어갔고, 나는 그를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심장이 요동쳤다. '왜 이러지?'라는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심호흡을 해봤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마치 이 공간에 나와 그 사람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러자 가슴이 더 세차게 뛰었다.
두 명의 발표가 끝났지만, 그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오직 마음속에 뚜렷하게 남은 감정은 '나도 저기서 발표하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두 달 뒤 열리는 모임에서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나는 설렘을 안고 그 두 달을 기다렸다.
드디어 발표 당일. 그토록 원하던 자리에 섰을 때, 손발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강사가 아니었고, 특별한 콘텐츠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15분 안에 압축해 담담히 전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더 말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피드백 시간, 예상 밖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목소리 톤, 손짓, 시선, 움직임 등 모든 것이 처음 발표하는 사람치고는 꽤 괜찮다는 평가였다. 일부는 이미 강사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이전까지는 누군가가 시킨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가 스스로 원한 길을 찾은 것이다. 강의가 너무 하고 싶었다. 한 번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다. 물론 강의를 지속하려면 콘텐츠도 필요하고, 나를 불러줄 사람도 있어야 한다. 현실의 벽은 높았지만, 열망은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