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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의 열병, 첫 무대를 향한 여정

by 오박사

마산에서 열린 강사 모임에 다녀온 이후, 강의에 대한 열병이 생겼다. 강의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강의할 주제도, 경험도, 장소도, 나를 불러주는 곳도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강의 콘텐츠였다. 주제만 정해진다면, 어떻게든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 달 넘게 고민을 이어가던 중,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자기 계발 모임에서 알게 된 한 강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분은 이렇게 조언해 줬다. “한 분야에 대한 책을 10권 이상 읽어서,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 분야로 강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소통’과 관련된 책을 10권 이상 읽으면 ‘소통’ 강의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내게 한 줄기 빛 같았다. 나도 그 방법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홍보’였다. 그 길로 홍보와 마케팅 관련 책 다섯 권을 먼저 구매했다. 좋아하는 분야라 그런지 책은 술술 읽혔다. 게다가 업무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였다. 강의에 활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은 따로 노트에 정리했다. ‘누군가에게 말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읽다 보니 기억에도 더 오래 남았다.


이제 ‘홍보’라는 콘텐츠는 생겼다.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써먹지?’ 고민 끝에 또 하나의 답을 찾았다. 페이스북에 나의 공부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려는 의도였다. 말하자면, ‘브랜드 마케팅’을 스스로 시작한 셈이다. 그날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마산 강사 모임에 갈 때마다 나의 동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동시에 부산에서 열리는 각종 강의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의 강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강의를 준비하는 여정은 즐거웠다. 책을 읽고 강의 자료를 만들며, 그 내용을 SNS에 공유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강의 콘텐츠인 **‘SNS 홍보 방법’**이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SNS 홍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빠르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인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경남경찰청 홍보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곧 열릴 경찰서 홍보담당자 워크숍에서 강의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그가 말했다. “선생님 페이스북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그제야 이 일이 꿈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이게 정말 된다고?’


기쁨보다 놀람이 먼저 밀려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이번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강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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