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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진심 어린 사과가 주는 자유

by 오박사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사과를 쉽게 할 수 있냐고? 자존심 상하지 않냐고? 처음엔 자존심 상하는 것이라 여겼고 사과하면 지는 줄 알았다. 사과하지 않았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 생각해 보니 별것 아니었는데 오히려 사과하지 않는 내 모습이 더 쪼잔해 보였다.


사과는 이렇다. 하려니 뭔가 밑지는 거 같고 하지 않으면 찝찝하다. 유명인들을 보더라도 제대로 사과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면 유명세를 잃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제대로 사과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사과가 힘든 이유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며 사후 대책까지 언급해야 한다. 사람들은 책임이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한다. 책임진다고 하는 순간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 두려운 것이다.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가 정말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책임지지 않고 버틸 때 오히려 비난은 더 거세지고 마음의 짐도 더 무거워진다. 그럴 경우 사람을 더 피하게 되고 계속 핑곗거리만 찾게 된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 순간 부끄럽고 힘들겠지만 마음은 훨씬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책임지려는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한 줄어든다. 굳이 핑곗거리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내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책임지려는 마음이 사태를 더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사과하고 나면 마음도 편하고 그렇게 자존심 상하지도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과와 책임은 신뢰로 이어지고 오히려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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