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관으로부터 강의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담당자의 말투가 아랫사람을 대하듯 딱딱하고 권위적이었다. 마치 “내가 너를 불러주는 것이니 고마워해라”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은 아니었기에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흥미로운 건, 이런 경우 대부분 강의가 끝난 뒤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단, 강의가 모두가 만족할 만큼 잘 끝났을 때에 한해서다. 담당자는 자신이 그 강사를 섭외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며, 성과의 공을 자신에게 돌린다. 강의가 끝난 뒤 그들의 말투에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절반씩 섞여 있다.
이런 장면은 강의 현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는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낄 때, 그 우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태도로 진정한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을까. 권위를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 역시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권위는 스스로를 드러낼수록 가벼워진다.
그렇다면 권위를 가지고도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단순히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권력의 유혹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오히려 더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위치에 기대지 않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성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권위를 앞세우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존경을 얻기는 어렵다. 반대로 존중은 권위를 부드럽게 만들면서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존중을 건넬 줄 알기 때문에 존경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