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반장이나 회장 선거를 떠올려 보면, 후보들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내용을 공약으로 만들어 열심히 알린다. 학생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선거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낭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권력의 단위가 커질수록 풍경은 달라진다. 공약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말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그럴수록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유권자다. 후보자들이 진정으로 유권자를 위해 고민하며 공약을 준비한다면, 더 현실적이고 더 나은 안건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유권자들은 결국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정책을 제시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초점이 상대에 대한 비방으로 옮겨가면,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고 어떻게든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에만 에너지가 쓰인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삶과 복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이겼다’는 결과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선거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를 대신해 더 잘 일해줄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선거의 언어는 “누구누구는 이래서 안 됩니다”가 아니라, “내가 이런 이유로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비방보다 비전을 보고, 말보다 책임을 믿는다. 그 사실을 모두가 조금만 더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