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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여섯 가지 색, 우리들의 이야기

by 오박사

2013년 초, 서울의 한 자기 계발 모임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모임 멤버 중 한 명이 말하길, 우리 중 특색 있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자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나도 그 여섯 명 중 한 명이었다. “내가 책을 쓴다고?” 그 말에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뛰기 시작했다. 벌써 작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짜릿함이 밀려왔다.


우선 나를 제외한 다섯 명을 소개해 보려 한다.


첫 번째는 그 제안을 처음 꺼낸 사람이자 우리 중 가장 연장자였다.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임원 자리까지 올랐지만, 위암 판정을 받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다행히 암은 완치되었고, 이후 1인 회사를 창업해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워낙 유능한 사람이었기에 곳곳에서 그를 찾았고, 현재는 다섯 권의 책을 낼 정도로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나와 동갑내기 친구다. 그는 유명 여행사의 기획팀장으로 일하다가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기획 능력이 뛰어나 여러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했고, 그림을 좋아해 드로잉 수업도 열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기획 일을 맡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세 번째는 나보다 두 살 어린 남성이다. 중소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다가 강의에 매력을 느껴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협상 관련 공부에 매진했고, 1년 만에 협상서를 출간하며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세 권의 책을 낸 저자이자 인기 강사로 활동 중이다.


네 번째는 나보다 네 살 어린 남성으로, 대기업을 그만두고 자신의 오랜 꿈을 좇았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선수들의 이름과 기록을 줄줄 외울 정도였고, 결국 스포츠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진짜 기자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다섯 번째는 나보다 다섯 살 어린 여성이다. 대기업 회장의 비서로 일하다가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어 회사를 나왔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녀는 부채 같은 공예품을 만들고, 캘리그래피 강사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 자신만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여섯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제안자는 우리를 ‘여섯 가지 색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육색플’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돌아보면, 그때까지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던 사람은 나 혼자였다.


우리는 서울에서 한 번 모임을 가진 뒤 각자 원고를 써보기로 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원고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시간이 흐르며 점차 흐지부지되어 결국 책 출간 계획은 멈춰버렸다.


아쉬움이 컸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 글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했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내 안에서 책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커져갔다. 언젠가 꼭,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이 깊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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