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왕권이 강했던 시대, 왕들은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백성이 지식을 갖추게 되면 언젠가 왕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자 보급을 제한하고, 계급을 철저히 구분하여 하층민이 배움을 통해 성장할 길을 미리 차단했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엘리트 집단이 운영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똑똑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들의 목표는 '지시에 잘 따를 수 있을 만큼의 지능'만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한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살짝 보여줌으로써 구성원을 조정한다.
조직원들이 집단을 이루어 반항의 기미를 보일 경우,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도 치밀하다. 가장 쉬운 방식은 그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 중 하나에게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미끼로 던지면, 구성원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하게 되며 결국 단합은 무너진다.
사람의 욕심은 당장의 이익 앞에서 쉽게 눈이 가려진다. 처음에는 조직의 구조에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도 어느새 조직의 논리에 적응하며 충실한 구성원이 되어간다. 피라미드의 아래에서 한 층 올라가 ‘윗공기’를 맛본 순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래층 사람들을 다스리는 위치에 서게 되고, 그 무너질 뻔했던 구조를 오히려 더 견고히 떠받치게 된다.
피라미드 상위에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치밀하다. 아래층 사람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한 층씩 올라가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귀를 열 수 있고, 그때서야 이 피라미드 구조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