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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울림이 생기는 좋은 강의

by 오박사

강의 현장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요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강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많이 전달하고 싶어 하고, 청중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두 집단의 요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강사는 열심히 설명하지만, 청중은 그 중 일부만 원하거나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이 간극을 좁히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강사가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무엇을 얼마나 전달할까를 고민하기보다, “청중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할까?”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 강의는 비로소 시작된다.


또 한 가지, 강의에서 주의해야 할 태도가 있다. 많은 강사들이 청중에게 **“~해야 합니다”**라는 식의 말투를 사용한다. 이는 **“내가 말하는 것이 옳고,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각자 다른 환경과 맥락 속에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유익한 조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강의에서는 **“~해야 합니다”**보다는 **“~해보면 어떨까요?”**처럼 제안의 형태로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의문을 던진다는 것은 생각의 주도권을 청중에게 넘기는 일이며,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책임 또한 청중의 몫이 된다는 의미다.


강사는 누군가의 삶에 지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 역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저 먼저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청중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모든 선택은 결국 청중이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강의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강사는 정보의 전달자가 아니라, 공감의 촉진자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할 때, 비로소 강의에는 울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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