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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착각

by 오박사

어느 날, 지인과 부모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글을 읽었다. 지인이 밥을 사주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서, 부모가 밥을 사주면 “나 이런 거 안 좋아한다니까”라며 투덜거리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기보다는, 불평을 하거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이 더 많았다.


사실 우린 부모뿐만 아니라 연인, 가족, 친구처럼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소홀하거나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들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줬고, 화내도 이해해줬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마다 감정을 담는 마음의 그릇이 있다. 그들도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큰 그릇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그릇도 한계가 있다. 언젠가 넘치면, 그들도 폭발하거나 지치고, 어쩌면 나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표현하지 않았을 뿐,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은 대개 관계가 끝나거나, 누군가 곁을 떠난 뒤에야 후회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그 누구도 내 투정을 그렇게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이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기에, 그 모든 걸 참아주고 감싸줬는지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하지만, 차가 떠난 후에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다행히 지금은 아직 그 차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내 주변을 둘러보자.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돌아보자.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마음은 말과 행동으로 전하지 않으면 결코 전해지지 않는다. 늦기 전에, 진심을 담아 말해보자.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정말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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