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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고통과 외로움으로 물든 사회

by 오박사

나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죽음을 마주한다. 현장은 그들이 남긴 마지막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흔적들은 대체로 쓸쓸하다. 외로움이 깊게 스며 있고, 마지막 순간의 모습 또한 지쳐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견디기 힘든 육체적 고통 때문에, 더 이상의 고통을 피하고자 죽음을 선택한다.


나 또한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하나둘 늘어난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하고, 그동안 몸을 함부로 다뤘던 지난날이 후회된다. 그들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고통이 지속된다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괴로운 일인지는 조금은 알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아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면서도, “나도 언젠가 그렇게 아프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이 스쳐간다.


며칠 전에는 신사처럼 단정한 인상의 60대 중반 남성이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발견되었다. 그는 치매 증상이 있었고, 자녀들에게 짐이 될까 봐 걱정하며 농약을 마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할 수 없이 놀랍고 안타까웠다.


모든 죽음에는 사연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지막 순간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몹시 고통스럽다.

그들은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말없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조용히 "나를 좀 봐달라"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그런 신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관계 중심이었던 동양 사회는 ‘나’보다는 ‘우리’를 중시해왔지만, 점점 더 개인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사회가 개인화될수록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우리가 서로를 외면할수록 나 또한 점점 고립된다.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자. 나도 힘들 수 있지만, 다른 이를 돌아보는 순간, 오히려 내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에서 ‘우리’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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