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혼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이는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고 놀라고, 또 어떤 이는 “우리 집 얘기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처럼 이혼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공론화되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유교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유교적 가치관 속에서 ‘이혼’은 오랫동안 금기시되거나 죄의식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 후 폭력, 외도, 반복되는 갈등 등 심각한 문제를 겪으면서도 ‘아이를 위해서’, ‘가족은 희생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이혼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가정을 위한 희생’에서 ‘나의 행복’으로 가치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혼은 단지 가정을 해체하는 일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혼 관련 프로그램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잘 헤어지는 것 또한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동안 혼자만의 문제라고 여겨졌던 이혼은 이제 공감과 성찰의 이야기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려되는 점도 있다. 바로 이혼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법은 결혼과 이혼을 ‘개인의 감정’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준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단순히 결혼을 미화하거나 장려할 것이 아니라,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사전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는 결혼을 더 신중히, 이혼을 더 건강하게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의 고통을 줄이고, 이혼이라는 선택을 둘러싼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