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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보고가 아닌 대화를 허하라

by 오박사

회의는 다양한 목적을 갖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혹은 여러 대안 중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루어진다. 공통점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 속 회의는 종종 본래의 목적을 잃는다. ‘회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는, 정작 눈치만 살피거나 조직의 수장이 한마디 하면 모두가 맞장구치는 장면이 반복된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장 혼자 말하고 끝나는 회의. 정리된 결과물도 없다.


심지어 회의 주제조차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모여 각 부서에서 한 일이나 할 일을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매주 반복되는 보고 속에 말할 거리를 꾸역꾸역 만들어야 하다 보니, 실질적이지 않은 업무가 새로 생기기도 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회의를 자주 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의미 없는 회의는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일의 효율을 저하시킨다. 회의가 잦을수록 업무 집중도는 떨어지고, 말이 일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회의는 반드시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고,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 회의 시간 내내 수장이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시간을 넘기지 않고,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여부는, 회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조직. 그런 문화야말로 그 조직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미래의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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