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슷한 세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많은 이들이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가족을 힘들게 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그들 중 일부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결국 아버지를 닮아갔고, 또 다른 일부는 술을 아예 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돌아오실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도 술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면 나도 술을 멀리해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나는 매일같이 술을 마실 정도로 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다행히 취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술을 마시다 보면 언젠가 알코올 중독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술을 줄이기 위해 상담도 받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해보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한 가지 희망을 발견했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뿌듯했고, 내 뇌가 강렬한 자극을 받았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가끔 술이 생각날 때면 글쓰기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욕구를 조금 억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마시던 술을 며칠씩 마시지 않는 날이 생겼고, 그 성공 경험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술은 우리의 뇌에 강렬한 자극을 준다. 뇌는 그 자극을 기억하고 다시 원하게 된다. 결국 술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뇌에 더 큰 자극을 주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술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조금씩 이겨내보려 한다. 나의 뇌에 더 강한 자극과 보람을 선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