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94. 버튼 하나 누르지 못한 날의 후회

by 오박사

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직장 상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그들과 관련된 무언가를 보면, 그는 주저 없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늘 신기하고,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나도 성격이 외향적인 편이라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자주 맡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건 참 어렵다. ‘오늘은 꼭 전화해야지’ 다짐했다가도 막상 수화기 버튼 앞에선 멈칫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생각만 하다 끝나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별 말이 아니어도, 그들은 내 전화만으로도 반가워할 텐데, 괜히 내가 불편하게 느껴질까 싶어 스스로 연락을 미루게 된다. 그렇게 그날도 전화를 걸지 못하면, 다음 날엔 꼭 후회하게 된다. 다시 전화를 걸까 망설이다 또 넘어가고, 결국 그렇게 소중한 인연들이 하나둘 멀어져 간다.


전화 한 통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왠지 정성이 덜한 것처럼 느껴져 또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적절한 타이밍마저 놓치고 만다. 결국 내게 남는 건 늘 ‘그때 걸 걸…’ 하는 아쉬움뿐이다.


죽기 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더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왜 그 간단한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이토록 어려운 걸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후회할 일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일이다. 어쩌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큰맘 먹고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 한다. 그렇게 후회를 하나둘 덜어내다 보면, 언젠가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나는 잘 살았구나”라는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