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직장 상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그들과 관련된 무언가를 보면, 그는 주저 없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늘 신기하고,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나도 성격이 외향적인 편이라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자주 맡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건 참 어렵다. ‘오늘은 꼭 전화해야지’ 다짐했다가도 막상 수화기 버튼 앞에선 멈칫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생각만 하다 끝나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별 말이 아니어도, 그들은 내 전화만으로도 반가워할 텐데, 괜히 내가 불편하게 느껴질까 싶어 스스로 연락을 미루게 된다. 그렇게 그날도 전화를 걸지 못하면, 다음 날엔 꼭 후회하게 된다. 다시 전화를 걸까 망설이다 또 넘어가고, 결국 그렇게 소중한 인연들이 하나둘 멀어져 간다.
전화 한 통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왠지 정성이 덜한 것처럼 느껴져 또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적절한 타이밍마저 놓치고 만다. 결국 내게 남는 건 늘 ‘그때 걸 걸…’ 하는 아쉬움뿐이다.
죽기 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더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왜 그 간단한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이토록 어려운 걸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후회할 일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일이다. 어쩌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큰맘 먹고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 한다. 그렇게 후회를 하나둘 덜어내다 보면, 언젠가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나는 잘 살았구나”라는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