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생각’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긍정적인 맥락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더 자주 쓰인다. 특히,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한 후 그 피해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되갚으려 할 때 그렇다.
권력관계 속에서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자식에게 되풀이하거나, 군대에서 선임에게 당한 일을 후임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행동의 밑바탕에는 '나도 힘들었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깔려 있다. 받은 고통에 자신의 성격이나 분노를 더해, 오히려 더 크게 되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마치 누군가에게서 받은 1이라는 고통에 자신의 1을 더해 2로 돌려주는 셈이다. 그들은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겪은 일이 당연한 관례이자 변화할 수 없는 구조라 믿는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대물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받은 상처를 후임이나 자식에게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켜낸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전자의 사람은 공감 능력과 책임감이 부족하다.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그 고통을 남에게 전가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래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결국 회피의 언어다.
반면, 후자의 사람은 공감 능력이 크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자신이 겪은 고통이 타인에게 반복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변화의 시작점이 되려 한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을수록 더욱 조심스럽고 성찰적으로 행동한다.
결국, 이 둘을 가르는 것은 **"내가 당한 고통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태도다. 그 대답이 삶의 방향을 바꾸고, 미래를 결정짓는다. ‘본전 생각’이 들 때일수록, 받은 것을 되돌려주려 하지 말고 끊어내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