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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나도 잘못한 건 알아요. 근데..

by 오박사


중학교 1학년 아이가 게임 도중 다른 아이와 욕설로 다툰 끝에 112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에게 크게 혼이 난 상태였고, 우리에게 연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어른들은 다시 아이를 다그쳤고, 아이는 결국 억울함을 참지 못한 채 큰 소리로 울며 항의했다.


아이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씩씩거렸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어른들을 원망하는 듯했다. 어쩌면 많은 가정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어른들이 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으니 더욱 답답하고 화가 난 것이다.


이 아이는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만약 계속해서 아이만을 다그친다면, 이 분노는 시간이 지나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를 ‘미숙하고 가르쳐야 할 존재’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와 반대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못만을 지적하며 일방적으로 꾸짖는 어른들의 태도가 싫은 것이다.


'금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대부분은 어른들의 행동이나 환경에서 비롯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삐딱한 아이는 없다. 금쪽이는 결코 아이 혼자 만들어질 수 없다. 부모와 환경이 아이를 그렇게 내모는 것이다.


건강한 아이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건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아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함께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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