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쌓이고 ‘잘한다’는 평가를 자주 들을수록, 나태와 오만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강의 경력 13년차가 되면서, 나 역시 때때로 강의 준비를 소홀히 해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초보 강사들과 함께 평가를 받을 때는, ‘대충 해도 이들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을 품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본 경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강사들은 자신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 오히려 평가자를 얕보며, 평가 기준이 잘못됐다거나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실력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강의를 보면 초보 강사보다 못한 경우도 많고, 강의 평가 역시 그리 좋지 않다.
이런 강사들은 강의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청중은 자신의 말을 듣기만 하면 된다고 여긴다. 반면 좋은 강사는 청중을 ‘주인’으로 여기며, 그들의 시간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려 애쓰고, 초보 강사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면 기꺼이 고개를 숙인다.
이건 강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 안주하며 변화의 흐름을 무시한 기업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필름카메라만 고집하던 기업,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무시한 기업, 전기차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들은 모두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무리 좋은 연장을 가지고 있어도, 갈고 닦지 않으면 결국 녹슬게 마련이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도 달라진다. 그것을 따라가려면,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워나가야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자세만이 오랜 경력 위에 진정한 실력을 더해준다.